이주흥 교수 퇴임사(2026-1학기 의과대학 정년퇴임식)
- 의과대학 행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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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1 오후 3:41:53
의사가 된 지 40 년 , 교수의 길을 시작한 지 30 년을 넘기며 이제 커리어의 종점에 도달하였습니다 . 이 짧지 않은 길을 무사히 그리고 열매를 맺으며 이 순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만이 아니라 함께 동행하였던 수많은 선배 , 동료 , 후배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 이 지면을 빌어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임상교수들은 의사 , 교수 , 연구자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합니다 . 저는 주로 교수 , 특히 교육자로서의 교수상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 그 이유는 제가 경험하였던 세가지 역할 중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의과대학의 정년 퇴임식에 가장 적절한 주제가 되리라 믿기 때문이며 또한 대부분의 임상교수들이 병원 업무에 매몰되어 교수라는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겨를 조차 없이 퇴임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
저는 1994 년에 인하대학교에서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후 2002 년에 성대로 적을 옮겨 오늘에 이르기까지 30 년 가까운 세월을 임상 전임교수로 봉직하였습니다 . 처음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을 때는 교수란 가르치는 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그렇게 알게 된 지식을 후배와 제자들에게 쏟아 붓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 .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교수 특히 의학을 전공하고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임상교수로서의 정체성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모든 학문은 인간이 가진 본능적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 교육자로서의 교수는 배움의 길에 있는 후학들이 자연스럽게 이러한 호기심을 추구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 그러나 우리는 궁금해하지도 않는 학생들에게 원치 않는 지식을 떠먹이는데 급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 필요로 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쏟아 넣은 지식은 곧 구토하듯이 배설되게 됩니다 . 의학은 인간의 신비를 탐구합니다 . 그것은 정말 깊고도 흥미로운 세계이며 그 탐구의 여정은 놀라운 경험입니다 . 그런데 우리는 간혹 이 놀랍고 흥미로운 여정을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강박으로 만들어버립니다 . AI 의 발달은 그렇게 강박적으로 지식을 쑤셔 넣어 봤자 우리는 결코 기계를 따라갈 수조차 없음을 보여줍니다 . 이제 답을 찾는 것은 AI 의 영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 인간은 답변을 주는 자가 아니라 질문을 하는 자로 자리 매김해야 합니다 . 그리고 그 질문의 시작점에는 학문적이고 기술적인 호기심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 , 즉 존엄과 불완전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오직 인간만이 불완전하면서 동시에 존엄합니다 . 우리는 ‘ 인간의 불완전성이 어떻게 육체적 , 정신적 , 사회적 , 관계적 이상을 초래하는가 ’ 를 질문합니다 . 그리고 그 질문은 ‘ 불완전성으로 말미암아 무너진 존엄성을 어떻게 회복시키고 지켜낼 수 있는가 ’ 라는 두번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 결국 의학은 질병을 이해하려는 자연과학적 노력이 아니라 불완전성과 존엄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인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교수는 또한 교육자는 후학들이 AI 보다 열등한 존재로 부수적인 역할에 만족하며 기생하며 살아가는 인간 의사가 아니라 AI 는 결코 이해할 수 없고 도와줄 수도 없는 불완전성과 존엄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도 불완전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치유를 제공할 수 있는 인간 의사가 되는 길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 이제 cure 와 care 는 기계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 그러나 healing 의 영역은 원래 그랬듯이 우리 인간 의사에게 맡겨진 영역입니다 . AI 가 판치는 세상이야말로 우리 인간 의사의 원래의 영역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노력을 할 때가 되는 것입니다 . 빛나는 다음 주자들에게 이 무거운 바통을 전하며 이제 우리의 경주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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