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몇 년 전부터 정년 후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가다듬어 왔지만, 막상 정년을 맞이하니까 “아니, 벌써!!”라고 느껴집니다. 마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그런 느낌입니다. 뭔가 아직 다 끝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는 것처럼… 최근 심각한 코로나 상황으로 몇 년간 비대면 퇴임식이 이루어졌었는데,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참석해서 축하해줄 수 있는 훌륭한 장소에 정년퇴임식을 마련해 주신 원장님, 의무부총장님, 학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993 년 삼성서울병원의 치과개원멤버로 합류해, 준비를 하다 해외연수를 다녀와 정식으로 근무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몸을 담아왔으니까, 나의 활동적인 세월의 거의 전부를 이곳에서 보냈고, 또한 모든 열정을 후회없이 쏟아 부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그리고 더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선배, 동료, 후배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끊임 없는 노력을 기울이던 처음 시작 때의 그 모습은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되어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밤 늦게까지 전공의들과 공부하고 새로운 치료방법을 연수회 등을 열어 개원의들에게 가르쳐주고, 의료진이 다 함께 모여서 치료계획을 토론하고,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병원 생활의 추억을 만들고…… 이 모든 것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어려움과 그리고 큰 좌절도 있었지만, 즐거움이 더욱 더 크기에 저는 감히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정년을 맞이하여 이제 이곳을 떠나지만 삼성서울병원이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밖에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또한 병원식구들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시간과 추억을 오래 기억하면서 나의 새로운 삶의 여정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오래전부터 품어 왔던 작은 소망은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건강하게 아무일 없이 정년을 맞는 것이었는데, 이 소망이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루어져서 정말 영광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든든한 나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롭게 도전해야 할 세상을 맞이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처음 병원 시작할 때의 자세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욕심은 버리고 사회에 내 재능을 기부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천천히 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그때 여러분의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보존과를 지키면서 궂은 일을 묵묵히 하며 부족한 저를 도와주신 박동성 교수, 유현미교수, 양미영교수 그리고 정답고 따뜻한 치과 교수님들과 직원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옆에서 늘 나를 믿고 지지해 주고, 진심 어린 도움을 준 나의 가족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참석해주신 모든 분 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