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제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스승이신 허봉렬 교수님의 권유로 1989년 봄부터 가톨릭대학 성모병원에서 정식으로 의료계에서의 사회활동을 시작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정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지난 1997년 여름부터는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30여년의 시간이 긴 세월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저에게는 믿어지지 않게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얼마 전 대학본부로부터 35년 4개월간 대학 교원으로 근무하고 정년을 맞는다는 통보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정년을 실감하게 되었는데 한편 돌이켜보면 그 긴 시간이 찰나로 짧게 느껴질 만큼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제가 가정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제 나름대로는 극적인 요인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초창기에 가정의학을 선택한 것 때문에 다른 전공을 선택한 제 동기들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들을 많이 겪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다양한 기회들도 주어졌었고, 또 그 경험들을 토대로 저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신없이 지나간 30여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성균관의대에서 정년을 하지만 시작은 가톨릭의대에서 했습니다. 당시 성모병원에서 가정의학과를 처음 개설해서 진료와 전공의, 학생 교육을 시작했는데 경험과 기반 부족으로 정말 좌충우돌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이 힘들었지만 국내에서 초창기였던 가정의학의 발전에 대한 목적 하나는 분명했었고 이를 위해서 학교와 병원에서, 그리고 학회에서 1인 3역을 하면서 노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와 병원 안팎으로 많이 어려웠지만 마침 당시에 개국한 SBS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에 장기 출연하게 되면서 높아진 인지도가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시기에 정말 우연치 않게 제가 1997년 여름에 강북삼성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같은 해 9월에 부교수 발령을 받으면서 성균관대학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의대에서 시작할 때만큼은 아니었어도 역시 처음에는 비슷한 어려움을 학교와 병원에서 겪기도 했지만 이미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했던 경험도 있었고 또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지금까지 나름 성과를 내면서 정년도 맞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면서 강북삼성병원에서 전공의 선발을 시작했고, 만성 피로 클리닉 등을 개설하면서 가정의학 분야의 진료 특성을 알리면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만 후배 교수들이 잘 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균관대학, 강북삼성병원에 근무하면서 저 자신도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고 그 점에 대해서 그 동안 저를 물심양면으로 많이 지지해주신 동료, 선후배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가 대외적으로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대한스트레스학회 회장을 역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나름 소기의 성과를 냈었고 또 여러 정부관련기관에서 자문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인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대학과 병원의 그런 지지적인 기반과 환경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고맙게도 지난 2012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제가 병원장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 기간 동안 저는 우리 강북삼성병원의 질적, 양적 발전을 통한 대도약을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들이 아직도 많아 있지만 우리 병원이 영광스러운 100년 병원으로 가는 기반은 조성했다고 생각하고 후배들이 더욱 더 발전시켜 줄 것으로 믿습니다.

정년 퇴임이 제 사회생활의 끝은 아니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지금까지와는 성격은 다르겠지만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정년 후에 한 동안은 주어진 명예원장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병원의 발전과 위상을 위해서 제가 조금 더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제가 설 수 있게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이 있기에 이 기회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제 아내는 지난 30여년 제가 항상 병원 일을 핑계로 가족들을 잘 챙기지 못해도 늘 저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줘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입니다. 그 동안 고맙다는 말 한 번 못해서 부끄럽지만 제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저 때문에 불편한 걸음을 한 번 더 하신 학장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죄송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동료, 선후배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