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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교수인터뷰

홍승봉 교수 퇴임사(2024-2학기 의과대학 정년퇴임식)

  • 의과대학행정실
  • 조회수 2680
  • 2025-03-24 오후 3:10:39

  삼성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 여름 병원 준비단의 김상용과장을 만났을 때이다. 


  삼성서울병원 개원 준비단은 국내 최고 병원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필자는 국내 최고 신경과를 만들기 위하여 국내 병원들(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을 답사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으로 해외연수를 간 후에도 끊임없이 병원준비단과 소통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4년 개원 시 신경과 전문의 staff 6명, 박사 2명, 전문간호사 3명으로 국내 최다 인력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개원 후에도 외국 학회에 나갈 때마다 Mayo Clinic, 미네소타대학 병원 등 미국 유명한 병원들을 방문하여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 과장의 보수적인 운영 방식으로 인하여 신경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뇌전증과 수면의학 분야는 병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필자와 서대원교수의 부단한 노력으로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서대원교수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국내에는 약 36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있는데 이 중 30%는 약물 치료에 의하여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아서 뇌전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뇌전증 수술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검사가 비디오뇌파검사이다. 이 검사는 뇌전증 환자가 입원하여 항경련제를 중단하고 발작을 여러 차례 유발하면서 비디오 및 뇌파를 기록하는 정밀하고 위험한 검사이므로 하루 24시간 뇌파기사가 지켜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때부터 필자의 요청을 받아드려서 미국과 같은 수준의 국내 최고 인력을 지원하였고 (삼성서울병원은 뇌파기사 5명과 간호사 1명 지원 ;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은 낮에 기사 1명만 지원) 이것이 뇌전증 최고 병원이 되는데 가장 큰 디딤돌이 되었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필요한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신경과(소아신경과)와 신경외과 사이에 협조가 잘 되지 않아서 뇌전증 수술을 못하거나 잘 못하는 병원들이 많다. 양쪽이 서로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며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최선을 다 하려는 자세가 없으면 뇌전증 수술은 불가능하다. 신경외과 홍승철교수님은 수술 의사가 지녀야할 덕목을 모두 갖춘 분으로 뇌전증 환자들과 필자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함께 뇌전증 수술을 배웠고 개원 후 뇌전증 수술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셨다. 요즘 홍승철교수님이 자주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후배 의사들은 선배 의사를 본받고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과 신경외과 교실에서 홍승철교수님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2022년 12월 1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2002년 3월에 보건복지부는 갑자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외에는 안전한 신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투여하지 못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항우울제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투여해야 하므로 신경과,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의 등 비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항우울제 처방 규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였다. 신경과, 가정의학과, 통증의학과, OECD 등 여기저기서 규제 철폐를 요구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2021년 5월에 개최된 한-덴마크 1차 보건 의료 및 정신건강 세미나에서 필자가 항우울제 처방 규제 문제를 발표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그해 10월 국정감사에 필자가 참고인으로 나서서 항우울제 처방 규제가 다루어졌다. 국정감사 후 빠른 속도로 해결책을 찾는 심평원 회의가 연속으로 진행되었고, 2022년 12월 1일에 드디어 항우울제 처방 규제가 20년만에 해제되어서 일반의를 포함한 모든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필요할 때까지 처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는 의사들이 많다.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 상승과 자살률 감소로 이어지길 바란다. 


  2020년 4월에 삼성서울병원이 정부의 “뇌전증 지원체계 구축 사업”의 주관기관이 되었다. 이 공공의료 국가사업은 원래 국공립병원이 맡아야 하는데 1, 2차 공모에 지원하는 국공립병원이 없어서 3차 공모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맡게 되었다. 이를 승인한 병원 원장단에 감사한다. 뇌전증지원센터 사업은 공공의료 사업으로 국내에 없었던 뇌자도검사 장비와 수술 로봇을 도입하고, 전국 36만 뇌전증 환자와 150만 가족들에게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를 통한 의료 및 사회복지 전문 상담과 각종 사회서비스(자조 모임, 취업 준비교육, 사회적응 훈련 등)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 5년간 약 22,000명에게 뇌전증도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국공립병원을 대신하여 삼성서울병원이 수행한 대규모 공공의료 서비스로 가장 큰 보람이었다.

  

  정년 교수들은 학교와 병원에 가장 많이 기여하신 분들이다. 의과대학 임상교수들은 정년 후에도 대부분 병원을 옮겨서 의사 활동을 계속한다. 이 분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도 삼성서울병원에서 하시던 최고 진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삼성서울병원의 협조 시스템이 국민들을 위하여도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고 병원이 되는 것이 과거의 목표였다면 미래에는 정년 교수들 및 동문들과 협조하여서 국내 의료 시스템 전체를 조율하고 발전시키는 한국의 대표 병원으로 발돋움할 것을 기대해 본다.  


끝으로 지난 30년간 성심을 다하여 도와주신 신경과와 병원 전체 의료진 및 학교와 병원 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표하며 모두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