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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소식

슬기로운 소아외과 의사, 이상훈 교수님께 진로선택을 묻다(동문,97학번)

  • 의과대학행정실
  • 조회수 799
  • 2024-03-19 오전 10:18:00

의학을 전공한 사람 앞에는 임상의사뿐만 아니라 의사과학자, 기업가, 언론인 등 다양한 진로의 길이 펼쳐져 있다.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임상의사 내에도 28개 과에 달하는 전문 분야가 있으며, 그 안에는 세부적인 분야를 다루는 수많은 분과가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 학생들은 늘 진로 탐색에 대한 고민을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에 소아외과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전반적인 진로 탐색에 관한 견해를 듣고자 삼성서울병원 20년 차 소아외과 전문의이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1기 졸업생이신 이상훈 선배님 을 찾아갔다. 이상훈 선배님은 tvN의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소아외과 의사 ‘안정원’의 자문 역할을 맡았던 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열정을 가지신 이상훈 선배님을 인터뷰하며 미디어 속 ‘안정원’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Q. 소아외과는 어떤 분야인가요?

소아외과는 일반 외과의 한 분야예요. 저는 외과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에 처음부터 소아외과를 하지 않고 이식외과 펠로우를 2년간 하고 그 이후 소아외과에서 훈련받았어요. 소아외과는 소아에서의 외과적인 질환을 다루는데 주로 소화기계를 담당해요. 순환계, 신경계, 비뇨기계, 그리고 정형외과와 관련된 질병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소아외과에서 치료하는데 주로 GI tract가 막혀있거나 끊겨있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이어주는 수술을 많이 진행해요.


Q. 일반 외과랑 소아외과에서 다루는 질병은 어떻게 다른가요?

질병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요. 나중에 소아·청소년과에서 실습하게 되면 선생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소아는 어른의 미니 버전이 아니다,” “작은 어른이 아니다”예요. 주로 노인에서 많이 생기는 질병은 장기를 오래 썼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소아에서는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해요. 그나마 겹치는 질병이 암인데 암도 생기는 기전 자체가 달라요. 소아에게 발현되는 암은 보통 태생부터 유전자에 변이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크기 차이도 무시 못 하지만 병이 생기는 기전,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병의 종류 자체에서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Q. 소아외과 의사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외과의사가 수술을 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타고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전체 수술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내 생각에 90퍼센트는 다 보통이고 5퍼센트가 좀 잘하고 5퍼센트는 잘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손재주가 있어야 외과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들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Q. 교수님은 어떻게 소아외과 의사가 되셨나요?

저는 원래 이식 외과 펠로우를 하고 있었고, 간 이식이나 신장 이식을 하는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는데 제 스승님이신 이석구 교수님께서 소아 쪽으로 오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분께서도 소아외과와 이식외과를 같이 하셔서 소아 이식을 하는 분이시거든요. 이석구 교수님은 정말 존경하는 분이고 평소에도 이석구 교수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이 왔을 때 큰 고민 없이 감사하게 받아들여서 지금까지도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Q. 기억에 남는 환자와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기억에 남는 환자는 정말 많아요. 우리는 환자를 많이 보지 않고 한 환자를 오래 끌고 가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한 명은 이식외과 펠로우를 할 때 간이식을 받고 입원해 있던 20대 초반 환자인데, 정말 상태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항상 밝은 사람이었어요. 사실 의사로서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찾아가서 안 좋은 소식을 전해줘야 하는 것이 심적으로 힘든데 정말 고맙게도 항상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하루에 열 번씩도 찾아가고 싶은 정도였어요. 나중에 3년 뒤쯤에 다시 외래에서 만났는데 그 환자가 저한테 그때 고마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오히려 그 환자에게 정말 고마웠고, 물론 그 환자가 저를 위해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덕분에 더 적극적으로 이분을 치료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이분에게 고마워하고 이분도 나에게 고마워하는 특별한 경험이죠.

지금 보는 환자 중에서는 주로 소아들을 수술하고 외래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요. 왜냐하면 주기적으로 올 때마다 조금씩 커가는 게 보이거든요. 돌도 안 될 때부터 봐서 유모차에 앉아서 다니다가 어느 순간 걸어 들어오고 그러면 너무나도 기특하고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맙고 그래서 아기들 보는 게 정말 좋아요.

그리고 아기와 나의 관계보다는 부모하고 나의 관계가 인상적으로 남는 경우들도 많아요. 이식을 받은 아기 환자였는데, 당시 제가 약을 이렇게 쓰자고 하면 엄마가 그냥 동의하는 경우 없이 항상 반박하고 다르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연수 갔다 온다고 하니 저한테 편지를 써서 주셨더라고요. 편지에 ‘그동안 저희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저도 선생님 마음 모르는 것 아닌데 아기를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서 교수님을 힘들게 한 것 같아서 정말 죄송했다.’ 이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정말 감동이죠. 저는 매일 눈물 참는 게 일이에요. 생각해 보면 굉장히 특별한 감정이죠. 이 일을 하면서만 느낄 수 있는. 수술을 하는 것 자체도 결과가 확연한데 아기들은 또 아기 나름대로 더 큰 변화가 있으니까,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정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거죠.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인데 환자로 만나면 그 사람과 그 가족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서 개입하고 또 도움을 주기도 할 수 있다고 느껴져서 정말 좋죠. 내가 일을 더 잘해야겠다, 열심히 해야겠다, 채찍질이 되기도 하고요.


Q. 소아외과 의사가 전국에 30~40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소아외과 같은 경우는 의사가 적지만 환자 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중앙 집중되고 있어요. 환자 입장에서는 시나 군 단위에서 병원에의 접근이 용이하면 좋겠지만, 병원에서는 당직 문제도 있고 한 명의 의사가 365일 근무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마다 소아외과 의사가 2~3명은 있어야 하거든요. 작은 병원에서는 그러한 수요가 병원에서 근무하는 소아외과 의사의 월급을 충당할 만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점점 중앙 집중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삼성서울병원에는 소아외과 의사가 3명, 가장 많은 아산병원이 4명, 다른 병원에도 서너 명 정도 됩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가까운 곳으로 나가기만 해도 모든 병원에 소아외과 의사가 하나씩 있기는 쉽지 않은 시스템이죠.


Q. 최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병원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기술이 외과에서는 어떻게 적용이 되나요?

먼저 이식 쪽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이 있어요. 소아 장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소아가 간 이식을 받을 때 간혹 기증자의 간과 크기가 맞지 않은 경우가 생겨요. 그동안은 CT를 보고 길이를 재서 간접적으로 길이를 가늠하는 정도였다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서는 기증자의 간에서 잘라낼 실제 크기의 간을 CT를 바탕으로 3D로 구현을 해서 프린팅한 모형으로 이식이 될지 안 될지를 외과 의사가 훨씬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소아 쪽에서도 복강 내 공간이 얼마나 될지를 3D 프린팅으로 찍어 내서 이 공간 안에 간이 잘 맞는지 모형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거죠. 간 이식을 할 때 크기가 안 맞으면 이식을 못하거나 배를 못 닫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병원 초기와 지금은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외과 쪽에서는 로봇 수술이 아마 가장 대표적인 것이고, 제가 실습 들어갈 때만 해도 개복해서 하는 수술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복강경으로 수술이 가능하니까요. 제가 병원에 있던 짧은 20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거니까 앞으로는 더 달라질 것 같고요. 아마 제가 은퇴하기 전에 기계가 스스로 수술하는 그런 날도 오게 될 것 같아요.


Q. 본과로 진급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진로를 결정할 때는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첫 번째로는 환자랑 직접 접촉하는 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환자랑 접촉하는 의사들을 도와주는 입장이 될 것인지 고려해야 하는 것 같아요. 환자를 대면하며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관계를 불편해하고 나 자신만의 공간, 나 자신만의 시간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의료 분야는 정말 다양한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둘러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는 평생 공부를 하고 싶은지 아니면 바로 돈을 벌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요. 대학병원에 남게 되면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직업의 안정성이 제일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큰 문제 없이 정년까지 갈 수 있으니 한 번에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벌 수 있어요. 반면 취직을 하거나 직접 개원을 하면 공부와 연구에 초점을 맞추기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나 싶어요. 큰 병원에 있으면서 교수로 일하면 내 시간을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내가 진료하는 환자하고 딱 약속된 시간에 외래 보는 거랑 수술하는 거 말고는 그 외의 시간은 내가 어디서 뭘 하든 크게 뭐라고 할 사람이 없어요.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워라벨이 많이 논의가 되는데 그건 추상적인 개념인 것 같아요. 온·오프가 확실한 과가 있으면 반면에 그렇지 않은 과가 있거든요. 입원 환자가 있으면 퇴근해도 그 직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있을 수가 없고 내 신경 중 일부는 늘 병원에 가 있는 상황이 지속돼요. 그게 아니라 응급의학과처럼 온·오프가 확실한 과를 선호한다면 남들이 생각했을 때 너무 힘든 과가 자신에게는 오히려 맞는 과가 될 수도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의대생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능력이 출중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회에서 받은 것이 분명히 많아요. 모두 사회에서 받은 자원과 성장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항상 그런 책임 의식을 느끼며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면 내가 맡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서 정말 좋은 치료를 해준다, 혹은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이런 마음이 진정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나중에 분명히 올 거예요.




마지막으로 선배님께서는 의사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치셨다. 인터뷰 내내 강조하신 의사로서의 사명감이나 환자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특별한 감정, 사회를 위한 책임 의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끝으로,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모든 재학생에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잊지 말고 꿈을 키워나가길 바라는 이상훈 선배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인터뷰 일자: 2024. 1. 29.(월)



담당기자: M1 정서연,  M3 정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