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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소식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과 함께한 20년, 기초의학 1호 김종헌 교수님(동문, 00학번)

  • 의과대학행정실
  • 조회수 970
  • 2024-02-13 오후 1:58:47

이번 2024년 1월호에서는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 계시는 성균관대학교 김종헌 교수님 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부생부터 교수가 될 때 까지 오랜 시간 이곳에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셨기에 그 누구보다 성균관대학교를 잘 아시는 교수님과의 만남은 더욱 기대가 되었다. 김종헌 교수님의 생생한 경험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1.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00학번(4회 졸업생)이며 석사 및 박사 학위도 우리 의과대학에서 취득하였습니다. 인턴과정 1년과 군의관 3년을 제외하고 20살부터 지금까지 계속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회의학교실 김종헌 교수입니다.


2.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에서 감염병역학 및 환경역학에 관심을 두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의 교수로서 주로 하시는 일들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의과대학 교수로서 하는 일은 ‘학교 안의 일’과 ‘학교 밖의 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우선 학교에서는 강의와 연구를 하죠. 저는 학생 때 연구와 강의라는 게 별개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명확하게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 수업을 들어봤다면 알 수 있을 텐데 결국 연구했던 내용이 강의의 주제로 들어오고요, 강의하다 보면 특정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껴 연구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강의를 잘하려면 새로운 지식을 잘 전달해줘야 되기 때문에 강의를 위한 재료들을 연구를 통해 많이 쌓아야 합니다. 결국 연구와 강의가 연결되어 있는 셈이죠.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는 사회의학교실에서 감염병 역학과 환경 역학의 두 개 분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원래 환경 역학으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에는 환경 요소의 영향이 작동하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도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기후 변화가 지구 상에서 발생하면 모기 매개 감염병이 증가하는가?”와 같은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감염병 역학과도 자연스레 연결되었습니다. 또한 예방의학 전문의로서 군복무를 할 당시, 군 사령부에서 군 예방 의료 정책과 실무에 관한 일을 하였는데 가장 주요한 업무는 병사들의 감염병에 관한 분석이었습니다. 예방의학 전문의를 취득한 남학생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를 가면 자연스럽게 감염병 역학을 하게 됩니다. (웃음)

 교외 활동의 대부분은 감염병 및 환경 역학과 관련된 교육 및 자문 활동이 대부분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경기도로부터 민간역학 조사관으로 임명 받아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고 정책적 접근에 대해 조언했었습니다. 또한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하는 역학조사관 양성 프로그램에서 역학조사관 교육이나 환경부 산하 기관 교육 프로그램을 돕기도 합니다. 임상 분야의 필드가 병원이라면, 저희 분야의 필드는 지역사회이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경기도나 서울시와 같은 광역지자체 수준에서의 자문 요청에 응할 때도 있고요. 국가 수준에서는 질병관리청이나 국무총리실의 요청에 응해 자문회의를 갈 때도 있습니다.

 최근 3년간 독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요, 경기도 남부경찰청에서 인권위원회에서 인권위원으로 조언을 했었습니다. 저를 제외하면 대부분 변호사나 시민단체 분들이더라고요. 여기서 의사인 나의 역할이 뭘까 싶었는데, 경찰관분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자문했었습니다. 환경 역학과 감염병 역학에 관해 일하다 보니 직업병처럼 건물의 공기 정화 설비를 살펴보게 되거든요. (웃음) 경찰서에 가보니 공조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거나 민원실처럼 여러 사람이 방문하는 장소는 다중이용시설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자문을 했습니다.


3. 교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세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위기를 바꿔 잠시 교수님께서 저희처럼 학부생이었던 시기로 돌아가 볼게요. 6년간 이곳 의학관에서 보내셨던 교수님의 학교생활이 궁금합니다. 기억나시는 일화가 있으시다면 추억을 공유해주세요!

 제가 입학했을 당시와 캠퍼스의 풍경이 많이 달라진 게 느껴집니다. 친구의 표현인데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성균관대역에서 학교로 걸어오면 개구리도 같이 등교했었다.”라는 말처럼 주변에 시설이 많이 없었죠. 당시 롯데리아가 들어왔더니 200m 줄을 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환경에서도 놀 거리를 찾아 경마 공원에 가서 말을 구경한다 거나, 공자 탄신일에는 우리만 휴일이니까 에버랜드에 가곤 했었습니다. 또한, 알리미 부원들과 다 같이 제주도나 강원도로 놀러 가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없어졌는데 학부 입학전형 중에 2001년부터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특기자 전형이 있었어요. 당시 제가 2000년에 입학하고 부학장님께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수상자들 중 의과대학에 와서 재능을 발휘하면 굉장한 시너지를 낼 인재들이 숨어있다고 건의를 했었는데, 좋게 받아들여져서 처음으로 해당 제도가 생겼고 그때 들어왔던 친구들이 좋은 성과를 내서 인원이 늘어나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의견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지금의 예방의학 정책 자문에 대한 꿈이 생겨났을 수도 있겠네요.(웃음)

 본과생이 되었을 때는, 지금의 학부교육과정과는 시스템이 달라서 예과 2학년 때보다 오히려 본과 1,2학년 때 공강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초반에는 수업이 많이 없으니 마을버스를 타고 삼성동 메가박스로 영화를 보러 다니며 제 생애 가장 많은 영화를 봤던 시기를 보냈었습니다. 이렇게 놀다가 조금 지나고 나니 동료학생들이 스스로 이렇게 살다가는 의사가 될 수 있겠느냐며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모여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8개의 PBL실에 흩어져서 서로 비형식적인 질문이나 퀴즈를 내면서 스터디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강의가 많지 않아서 자발적인 공부를 했던 의과대학 초창기 학번들의 의사국가고시 성적이 꽤 많이 우수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의과대학 본과 생활이 전혀 힘들지 않았고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고, 열심히 놀았던 기억들이 주로 강렬하게 남아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저는 본과시절을 굉장히 즐겁게 지냈던 기억뿐입니다. 그 덕에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죠. 당시의 기억이 공부하느라 힘들었던 사람들은 성적이 좋을 겁니다. (웃음)


4. 그렇게 의대생 시절을 보내고 교수님은 예방의학을 전공하시게 됩니다. 예방의학은 환자를 직접 만나기보다는,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 집단을 연구하는 분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예방의학을 전공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의대생의 대부분은 임상과목을 배우고, 임상 실습을 하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임상의사가 됩니다. 그러나 오래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지금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과대학 학생들 중 70% 정도만 임상의사의 길이 적성에 맞는다고 해요. 나머지 30%는 본인의 적성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고민 후에도 결국 임상의사의 길을 간다고 합니다. 저도 병원에서 임상실습하며 저의 미래를 그렸을 때, 임상의학을 전공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 위주인 개원가나 2차 병원(종합병원)에 저의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당시의 제 머리 속 사고로는 뭔가 새로움 없이 진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반복되는 삶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소화기 외과 수술을 참관하다 교수님께 “이거 똑같은 거 계속 반복하시면 재미있으세요?”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말 철없는 질문이었죠.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인데 그 교수님께서 제 질문의 뉘앙스를 알아채시고는 답을 주셨어요.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반복을 통해 점점 완벽해져 가는 나의 능력 발전에 희열을 느낀다고요. 물론 그 대답을 들은 이후 저는 옆에 계시던 펠로우 선생님들에 의해 수술실에서 내쫓겨졌지만, 그 순간 저는 이 분야의 일이 단순 반복이 아니라 점점 더 완벽해져 가는 과정이라는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러한 전문가적 숙달의 과정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병원 밖에서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막연히 병원 밖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공인 예방의학 분야로 오게 되었습니다.


5. 교수님께서는 학사부터 석사, 박사 그리고 지금 연구활동 및 학생지도를 모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하고 계십니다. 한 대학에서 약력을 밟으신 것이 장단점이 있을까요?

 사실 외국 같은 경우는 석사와 박사를 다른 곳에서 하기를 권장을 해요. 그래야 학문이 교차가 되며 더 발전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 거죠. 동일한 대학에서 계속해서 학위과정을 하게되면 학문의 동종교배가 발생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생 중 기초의학 전공 1기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사실 잘 몰랐어요. 그래서 무작정 예전 원로 교수님들을 보니 본인 모교에서 석사, 박사를 하기 때문에 저도 막연하게 그렇게 지원을 해서 간 거였구요. 또 군의관으로 3년간 군대를 갔다 오니 바로 나이가 31살, 이렇게 되다 보니 긴 시간 외국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도 들고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또 한편으로는 임상의학 분야에 있는 대학 동기들처럼 한 대학,한 병원에 쭉 있으며 물 흐르듯이 가며 커리어를 완성하는 것을 지켜보니 제가 가야할 길이 더 험난할 길 같았다고 할까요 (웃음). 이제는 제가 학위과정을 다 끝나고 보니까 개인적인 학문의 발전 차원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방의학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전공의 수련과정이야 국내에서 하는 게 맞는데, 박사과정이나 박사 후 연구원 같은 경우는 외국대학, 최소한 국내 다른 학교에 가서 경험을 하고 오는 게 본인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6. 교수님의 활발한 저술 활동을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의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로운 주제들을 잘 찾아내신다고 느꼈습니다. 대기오염과 포도당 대사의 관계, 북한의 말라리아 상황 추정 등 이렇게 다양한 연구 주제를 떠올릴 수 있었던 교수님 만의 비법이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로부터 이런 질문들을 몇 번 받았었는데요. 저는 그러한 주제들을 뭔가 심사숙고하여 만들어 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질문들을 몇 번 받다 보니까 저도 뭔가 비법이 있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해 봤습니다. 

어떻게 시작이 됐을까를 어린 시절부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희 집에는 늘 다양한 신문들이 늘 있었어요. 인터넷이 없던 시대이고 만화책도 접근이 쉽지 않다 보니 한 5살,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눈 앞에 보이니까 어른들 신문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습니다. 어리니까 정치 같은 걸 잘 모르잖아요.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사회분야부터 보기 시작해서 점차 나이가 먹어가면서부터는 문화, 과학, 연예계 소식까지 가리지 않고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한 그런 습득이 굉장히 빨랐고 관심이 많아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이러한 잡학적인 지식을 ‘알쓸신잡’이라고 표현하는 시대가 됐는데 그런 것들이 머리 속 어딘 가에 위치해 있다가 또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주제가 되고 하는 것 같아요. 뭔가 일을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앉아서 생각할 때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다가,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중에 접점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주제를 떠올릴 때가 많아요.


7.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일부는 임상의학 분야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 대부분 아니 상당수가 임상의학분야를 선택하다 보니 임상의학 분야 밖의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두렵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은 그냥 정해진 길로 진로를 선택하고 크게 어려움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다른 길을 선택하면 나 혼자만 뭔가 없는 길을 찾아 헤메는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은 힘들고 무모한 난파선 같은 길처럼 느껴져 선택을 잘 못합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뭔가 길이 없는 곳을 혼자 가고 있다는 생각을 군의관으로 입대했을 때까지도 했어요. 제가 가고 있는 분야에 대한 확신은 박사 과정을 하면서 잘 선택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박사과정 대는 밤에 한두시간 밖에 못 자가며 연구를 해도 재미있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이런 임상의학분야 외의 진로를 택하며 드는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 사람 말고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는 대체제가 없는 그런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의학분야에는 그런 분야들이 여러 영역에 걸쳐 생각보다 많이 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밤을 새더라도 피곤한 게 아니고 재미있어서 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걸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의대 졸업 후 전공 선택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왜 인기 많은 과를 선택 안해?’라 물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은 그 과를 선택하면 본인은 재미를 느낄 수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분야를 찾는 게 최고의 전공을 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결국 지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담당 기자: M4 김유나, M2 신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