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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소식

[성균인을 찾아라!] "어쩌다 시작한 해부학의 길"

  • 의과대학행정실
  • 조회수 633
  • 2024-01-10 오전 11:17:35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누구나 동경하는 과목이 하나 있다. 바로 해부학이다. 시신 앞에 서는 것에 누군가는 두려워하기도, 누군가는 설레어 하기도 하며 시작되는 이 과목은 2학년 2학기가 되면 비로소 경험할 수 있다. 


해부학 실습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학생이라면 누구든 어리바리한 상태로 “조교님!” 이라고 외치는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언제나 조교님이 오셔서 친절하고 정확하게 알려주시는데, 정말 도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할 정도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지도하시며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시는 박유현 해부학 조교님을 의과대학 기자단이 12월의 성균인으로 선정해 인터뷰하였다. 직접 자신의 사무실까지 안내해주시며 커피 한 잔을 건네주시는 따뜻한 친절이 해부학 교실에서의 모습을 선뜻 반영하는 듯하다. 




“어쩌다 시작한 해부 실습 교육이 저의 적성에 딱 맞아요.”


Q.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해부 실습실 교육 직원(조교) 박유현입니다. 


Q. M2부터는 다들 한번씩 조교님을 뵀을 것 같은데요, 현재 하시고 있는 일이 정확히는 무엇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주로 해부학, 조직학, 신경해부학 과목의 실습 교육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실습을 들어가지 않을 때는 실습서 정리와 편집 등을 맡고 있고요. 


Q. 성균관대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수의학을 전공한 후, 해부 실습 교육 지도를 1년 이상 힘들게 받았어요. 이후 박사 과정을 하기 전까지 몇 개월 정도 시간이 비었는데, 서울대학교에서 해부학 교육 직원을 처음으로 뽑는다 하여 잠깐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고 조교로 일하게 되었어요. 출산 이후에는 학위 과정과 교육 지도 중에서 고민이 되었는데, 더 이상 학위 과정을 밟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잠깐의 휴식 이후 성균관대학교로 옮겨 계속 실습 조교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찾아보니 해부학 조교로 일하시면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프로젝트의 경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7년 정도 조교 일을 하며 여럿 참여했어요. 신경해부학 실습 교재를 집필하기도 하였으며, 5년 전에는 유니스터디라는 플랫폼에서 온라인 해부 교육 영상을 촬영하였습니다. 해부 지식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직종을 위한 영상으로, 유튜브의 관련 영상은 조회수가 40만회가 넘기도 하였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의과대학에서 사용하는 해부학, 조직학 실습 영상을 녹음하였으며, 실습생들을 위해 해부학 실습서를 정리하여 체계 있는 실습이 되도록 도움을 주었어요.


Q. 해부 실습을 지도하시며 힘드신 점은 무엇인가요?

-주변 사람들은 무섭지 않냐며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보다 가장 힘든 점은 포르말린 약물이에요. 시신 방부 처리에 쓰이는 약물인데, 냄새가 정말 독하고 건강에 유해한 약물이기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해부 실습이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이전에 의욕이 넘쳤을 때에는 모든 조를 돌아다니며 꼼꼼히 지도하려 해서 많이 힘들고 지쳤어요. 하지만 그보다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일 때 오히려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젠 조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질문하라는 형식으로 진행해요.


Q. 오랜 시간 실습을 지도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학생이 있을까요?

-제가 처음 성균관대에 왔을 때 이곳의 시스템에 대해 잘 몰랐는데, 유급을 당한 학생이 적응하는 데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줘 기억에 남습니다. 맨날 그 학생한데 “작년엔 어떻게 진행됐니?” 하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어서 아직까지도 참 고마워요. 또, 해부 실습 중 학생이 메스에 손이 찔린 적도 있는데, 신경이 일부 잘려서 다들 많이 놀랄 정도의 큰 사고였어요. 다행히 저와 과장님이 바로 병원에 데려가서 수술을 받을 수 있어 잘 회복했어요. 이 일을 계기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 학생들에게 더 안전을 강조하곤 해요.



“저의 꿈은 해부학 분야의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입니다.”


박유현 조교님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실습 조교 이외에도 팔로워가 약 1500명이나 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이시다. ‘anatomy_dosa’ 라는 이름의 계정인데, 자칭 ‘알아두면 꼰대가 되는 해부 상식’을 만화로 연재하시며, 최근에는 스티커와 뼈 모양 볼펜 등의 굿즈도 판매하고 계신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조교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해부학 만화는 어떤 계기로 그리시게 되었으며, 꾸준히 업로드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해부학 만화는 <해부 실습실에서 생긴 일>과 <알아두면 꼰대가 되는 해부 상식>라는 두 가지 주제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연재를 하고 있어요. 1년이나 되었는지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꽤 많은 이야기를 다루었네요. (웃음)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려 보자면, 원래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아이패드를 사서 조금씩 그리고 있었어요. 그때 한 교수님이 캐릭터를 만들어서 해부 교육용 만화를 그려보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셨어요. 시간이 지나며 프로젝트가 완전히 진행되진 않았지만, 준비해놓은 캐릭터와 내용으로 개인적으로 연재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해부 실습 교육 직원’이라는 직업이 워낙 사람들에게 생소한 직업이기도 하고, 실습실 내부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아서 평소에도 말하고 싶은 욕구가 컸는데, 만화로 이를 얘기할 수 있어 너무 재밌어요. 또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도 다루는데, 해부 상식을 쉽게 설명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그리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습니다. 

최근엔 이를 통해서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출판사에서 원고가 쌓이면 정보를 제공하는 만화를 만들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또, 어린이 과학 잡지에서도 연재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 내년 1월부터 기고를 하게 되었고요. 옛날이었으면 진로를 확장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지만, SNS라는 창구를 통해 여러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학생들이 특히 조교님의 뼈 볼펜을 좋아하는데, 직접 디자인하신 건가요? 어떤 계기로 판매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판매하려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어나며 팔로워 이벤트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여러 물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티커를 먼저 제작했고, 이후 더 괜찮은 게 없을까 검색을 하다 발견한 것이 뼈 볼펜입니다. 제가 디자인한 것은 아니고요! 그래도 나름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 중 제일 뼈와 유사한 모양을 한 걸로 선정했습니다. 나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후에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젊은 의사 협의체에서 ‘젊은 의사 포럼’에 뼈 볼펜을 굿즈로 판매하고 싶다고 하여 초청해 주셔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Q. 앞으로의 꿈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어요. ‘과학 커뮤니케이터’란 과학을 대중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전문가라는 뜻인데, 과학자와 일반인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죠. 해부학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였기에 학위 과정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조금 남았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졌고,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해부학을 열심히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가 계획한다고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리에서 충실히 일하는 것이 다른 기회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조금씩 길을 넓혀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면 어려서부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온 친구들인 것 같아서 나이를 떠나 정말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껴요. 그럼에도 저의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학생들에게 이 두 가지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테두리를 벗어나서도 학년 초에 가졌던, 의사가 되고자 생각하는 소중한 마음을 잃지 않고 정말 좋은 의사 선생님들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점이에요. 학교를 다닐 때에는 의과대학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잘 생활하지만, 테두리를 벗어나고 변하는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다들 정말 착한 학생들인 만큼 재능을 잘 사용하여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두 번째로는 체스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제 아이들이 체스를 배워서 저도 가끔 같이 하곤 하는데, 얼마 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체스의 다양한 기물들 중 나이트, 퀸, 룩에 비해 폰은 조금씩만 이동할 수 있어요. 하지만 폰은 맨 끝 줄에 도달하면 프로모션으로 킹을 제외한 어떤 말로든 승격할 수 있어요. 이 점을 학생들이 알아주었으면 해요. 학생들도 가다가 넘어질 때도 있고 남에 비해 느리다고 느낄 때도 있을 거에요. 그러나 그 길을 끝까지 가다보면 모두 여왕이 될 수 있습니다. 멋있는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정말 많이 보았는데, 다들 결국 빛나는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또 저는 부끄러움은 많지만 관심 받는 건 좋아해요. (웃음) 시간이 난다면 인스타그램 ‘anatomy_dosa’에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박유현 조교님을 인터뷰하며, 해부 실습 교육 직원과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현재 모습에 이르기까지 정말 열심히 고민하시고 연구하셨다는 것을 사뭇 느낄 수 있었다. 박유현 조교님의 체스 이야기처럼, 의과대학 생활이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질 때면 조금씩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결국엔 큰 뜻으로 다가올 것을 명심하자. 행복한 연말과 함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조교님의 꿈도 응원해주길 바란다!



담당 기자: M2 현준서, M1 박선우